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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관련/게임 이야기

붉은보석

by 샤르티에 2020. 4. 22.

 

붉은보석은 2003년 2월에 오픈베타를 시작한 2D 온라인 게임이다.

2003년 겨울에 알게 되어서 조금씩 하다가 2004년 여름에 본격적으로 빠지게된 인생 게임중 하나다.

 

2012년 무렵 부산에서 열린 G-STAR에서 후속작인 붉은보석2 프로모션 영상이 공개되서 잠깐 접속한 이후로는 관심이 완전히 사라져서 게임이 살아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어느 온라인 게임에서 다른 유저가 붉은보석을 언급하는 걸 우연히 듣고는 궁금증이 생겨서 오랜만에 접속해보았다.

("이 게임은 언제 망할까요?" "서비스한지 13년이나 지난 붉은보석이란 듣보잡 게임도 여전히 운영되는데 이 게임은 한창이에요.")

마지막으로 붉은보석에 접속한게 2008년 무렵이니까 벌써 8년전이다.

 

 

오랜만에 접속하는거라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아서 찾아 봤더니 가입일자가 2004년 3월 11일로 나왔다.

 

 

올해(2016년)로 벌써 13주년을 맞이한 장수 게임

 

 

서버 통합의 흔적으로 예전에 알고 있던 서버들이 처음 보는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다.

 

 

..어릴적에 만든 캐릭터 네이밍 센스

 

미유와카나타 - 한창 붉은보석을 즐길 당시에 케이블 만화 채널이었던 투니버스와 퀴니에서 방영한 애니메이션 다!다!다!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일본판 이름이다.

미유(강예나) & 카나타(민우주)

 

피치_피치_핏치 - 이것도 투니버스에서 방영한 애니메이션 제목

 

원래는 고랩 캐릭터가 많은 계정이 따로 있는데 그때 가입정보로 입력한 핸드폰 번호를 잃어버려서 이제는 아이디를 찾을 길이 없다.

 

 

도둑 & 무도가가 추가되고

광신술사와 공주가 나오는것까지 보고 접었는데

접은 사이에 영술사 / 광학사 / 메이드가 추가되었다.

가장 오랜 시간 키운 조련사로 캐릭터를 만들어보았다.

 

 

출석체크 이벤트가 있다.

(예전에는 이런 이벤트도 없었는데...)

 

 

건물 밖으로 나가면 비둘기가 와서 편지를 전달해준다.

 

붉은 보석이 출시되고 2년쯤 후에 추가된 시나리오 시스템

 

 

챕터 1. 붉은 보석 소문의 진실

 

 

..이건 10년이 지나도 그대로다.

 

 

옵션창을 둘러보았다.

 

마을 한편에 허수아비가 생겼다.

 

 

월드맵은 10년전과 크게 다를게 없어 보인다.

 

 

인벤토리

 

사탕은 붉은 보석 세계의 포션이다. 먹으면 바로 회복되지 않고 HP가 천천히 회복된다.

(바로 회복되는 포션은 매우 희귀해서 비싸거나 캐쉬다.)

 

스테이터스 창

 

레벨업 시 주어지는 스탯 포인트를 이용해 플레이어 원하는 대로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었다.

붉보는 캐릭터 육성에 있어 굉장히 폭넓은 자유도가 있는데

 

마법사가 힘을 올려서 근접 사냥을 할수도 있고

전사나 궁수인데 지식을 올려서 원거리에서 마법을 이용해 사냥할 수도 있었다.

 

힘을 올리면 물리 공격력이 증가하고

민첩을 올리면 명중률. 회피율. 크리티컬 확률이 증가한다.

건강은 방어력과 HP가 증가한다.

지식은 마법 공격력이 증가한다.

지혜를 올리면 각종 저항력과 경험치 획득률이 증가하는데 지혜만 올인해서 레벨업에만 집중하는 특이한 육성법도 있었다.

카리스마는 붉은 보석의 마나에 해당하는 CP게이지에 영향을 준다.

 

운은 아이템 드롭 확률과 추가 공격 확률. 추가 명중 확률. 추가 회피 확률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한다.

고랩들은 사냥에 필요한 스탯을 장비로 맞추고 여분의 스탯을 전부 운에 투자해서 템 파밍에 열중했다.

(+스탯에 전혀 투자할 필요가 없는 조련사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운만 찍었다.)

 

파티 매칭 시스템이 있다.

 

...예전에는 이런 기능이 없어서 파티원을 구하려면 팬 카페에 글을 올리거나 & 마을에서 수십번 외치기를 사용하거나 & 직접 사냥터를 돌아다니며 열심히 파티원을 구해야했다.

 

보면 알겠지만 예전에는 파티원 구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문에 한번 파티가 만들어지면 그 자리에서 수 시간 동안 함께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로 여겨졌으며 일이 생겨 중간에 파티를 나가야 될 경우에는 본인을 대신할 파티원을 구해주고 파티를 나가는 게 기본 매너일 정도로 파티플레이에 여러 규칙이 있었다.

 

 

퀘스트 알림판은 10년전과 똑같다.

 

 

마을 중앙에 위치한 분수대

 

예전에는 다른 사람을 만날때 꼭 분수대에서 만났다.

마을에서 모여서 사냥터로 출발하기 전에도 분수대에서 만나서 같이 이동하곤 했다.

거래를 해도 분수대 앞에서 만났고.

그만큼 붉은 보석을 오래한 유저들 사이에서는 분수대는 상징적인 장소다.

 

..ㅎ

 

오랜만에 추억삼아 마을밖에 나가서 1렙 몬스터 잡다가 죽었다.

 

...결국 동생 아이디로 접속해서 추억의 사냥터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신생왕국 비개플 위쪽에 위치한 마약 소굴!

 

레벨 50초반부터 90까지 사냥하던 장소다.

붉은 보석이 잘나가서 사람이 많을때는 이 비좁은 장소를 3파티 (30명)에서 사용했다.

몹보다 사람이 많아서 파티원 중에 반은 하는 수 없이 앉아서 놀고

나머지 반은 다른 파티와 눈치싸움을 벌이며 치열하게 사냥해야만 했다.

(노는 사람을 파티원으로 받아주는 이유는. 이들을 파티에 안넣고 방치하면 몹을 스틸하며 시비를 걸기 때문이었다.)

 

​몹이 소환되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시간이 가장 많은 사냥터이기도 하다.

초보시절 인맥은 대부분 여기서 형성되며 중요한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때문에 고랩들도 심심하면 이곳에 놀러와서 저랩들간에 발생한 분쟁에 끼어들어 질서를 정리하거나

​초보자들에게 유용한 아이템을 나눠주며 길드를 권유하기도 했다.

 

<광산도시 하노브>

경쾌한 BGM이 특징인 한적한 광산 도시다.

월드맵 중간쯤에 위치해 있어 대륙 어디로든 이동이 용이해 고랩들이 주로 머무는 도시다.

북쪽에 폐광 / 남쪽에 미스릴 광산이 있다.

 

마약 소굴을 졸업하면 2가지 선택지가 있다.

 

1. 바다의 신전이라는 "유료" 사냥터에 들어가서 파티 사냥

 

2. 광산도시 하노브에 위치한 폐광 9층에 가서 쩔받기

 

포탈 스피어(19.800원)이라는 유료 아이템이 없는 사람은 주로 2번을 선택한다. 폐광 9층까지 걸어가는 일이 상당히 고되서 돈을 받고 마을에서 폐광 9층까지 순간 이동시켜주는 택시 유저들이 마을에 많았다.

 

<폐광 9층>

 

폐광 9층에는 콜로서스라는 세미보스형 몬스터가 등장하는데. 피통이 매우 크지만 처치 시 엄청나게 많은 경험치를 드랍했다.

 

붉은 보석에서는 다중 클라이언트와 매크로를 사용할 수 있어서 많은 고랩들이 페광 9층에서 매크로를 켜놓고 부캐를 육성했는데

이때 파티에 자리가 남으면 초보자들을 공짜로 쩔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폐광 9층에서는 방금 막 올라온 초보자들이 남는 공쩔 자리가 있냐고 외치는 소리로 항상 떠들석했다.

 

 

추억의 사냥터를 찾아서 이동하는 중!

 

 

노상강도단 아지트 입구

 

노상강도단 아지트 1F

 

10랩부터 50랩까지 캐릭터를 육성하는 장소다.

 

<켈비잡는소녀를 만난 장소>

 

2004년 여름

 

붉은 보석 초기에 캐릭터 육성이 너무 힘들어서 10레벨까지 키우다가 접고 복귀하기를 반복했었는데

여기서 우연히 '켈비잡는소녀'라는 유저를 만나게 되면서 붉보 인생의 일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켈비잡는소녀 님은 나를 보자마자 파티초대를 해주고는 초보자인거 같은데 구석에 앉아서 경험치를 얻으라고 했다.

내가 앉아있는 동안 붉보에 관한 온갖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그때 들은 이야기가 너무 재밌어서 시간가는 줄 몰랐었다.

 

거의 5시간 가까이 힘든 기색 하나 없이 홀로 몬스터를 잡으시더니 이제 곧 가야될 시간이라면서 아쉬워 하길래

친구 추가를 하면 되지 않냐고 했더니 엄청 기뻐하셨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있어 붉보에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가 되었다.

 

다음날 학교에 있는 내내 켈비잡는소녀가 생각나서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던 나는 집에 오자마자 곧바로 컴퓨터를 키고 붉보에 접속했다. 아니나 다를까 켈비잡는소녀님이 바로 앞에서 사냥하고 있어서 무척 반가웠다.

이날은 어제와 달리 하루종일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말 몇 마디 나눴을 뿐인데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며칠 뒤에 생일이라고 했더니 자기도 유료 아이템을 안쓰면서 나한테 용돈을 다 털어서라도 유료 아이템을 선물해주겠다고 했다.

 

켈비잡는소녀를 만난 이후로는 매일 매일이 즐거웠고 새로웠다. 나한테 정말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고 내가 매번 부캐릭을 키울때마다 처음 그랬던 것처럼 묵묵히 쩔을 해주며 쓸만한 아이템을 건네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 캐쉬 없는 레벨업에 한계를 느낀 나는 19800원을 결제해 <포탈 스피어>를 샀고 순식간에 켈비잡는소녀의 레벨을 추월하게 된다. 켈비잡는소녀는 여전히 열심히 사냥했지만 그당시에는 캐쉬 없이는 레벨업에 한계가 분명했기 때문에 하루종일 해서 1업을 할까말까였고 소녀는 점점 지쳐갔다.

 

레벨 차이가 커지는 바람에 나는 다른 사냥터로 떠났고. 켈비잡는소녀는 금방 따라갈테니 자기는 신경쓰지말고 레벨업을 계속하라고 했다.

 

레벨 차이가 100단위로 넓혀진 뒤로는 반대로 내가 쩔해주겠다고 했지만 켈비잡는소녀는 거절했다.

자기는 캐릭터를 직접 키우고 다른 사람을 돕는 재미로 게임을 하는거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부당하게 레벨업을 하는 건 재미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아쉬웠지만 자기 주장이 워낙 뚜렷했기에 단념하고 대신에 포탈 스피어를 선물해주겠다고 했더니 이것마저 거절당했다.  (이때 켈비잡는소녀가 나보다 나이가 4살 정도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이 어린 동생한테 2만원씩이나 하는 선물을 받는 건 미안하다고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켈비잡는소녀의 접속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10시간....  5시간... 1시간... 10분..

1주일에 한두번 ...

한 달에 1번..

...

.

 

그러는 사이에 나는 붉보 세계에 완전히 적응하여 온갖 유니크한 장비를 가진 고랩이 되었고

나중에는 사냥하면서 친해진 사람들과 길드도 만들었다.

대륙 전역을 돌아다니며 모은 길드원들과 다른 길드를 상대로 길드전도 하는 둥 나름의 유명세도 얻었다.

 

붉은 보석을 즐기는 동안 친구 목록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추가되었지만 매일 게임에 접속해서 제일 먼저 확인하는 건

언제나 켈비잡는소녀였다. 가끔 시스템 오류 때문에 접속중인 상태로 뜰때가 있는데 이때는 기쁜 마음으로 귓속말을 날려보지만 언제나 돌아오는 건 "현재 접속중인 유저가 아닙니다." 라는 빨간글 뿐이였다.

 

그렇게 2년이 지난 어느 날

 

<켈비잡는소녀>님이 로그인 했습니다. 라는 메세지가 떴다.

이 날도 '오류겠지...' 하는 마음을 가지고 어김없이 귓속말을 보냈는데 켈비잡는소녀한테 제대로 전달되서 깜짝 놀랐었다.

 

놀란 건 켈비잡는소녀도 마찬가지였다.

 

"나 기억해?" 라는 질문에 그녀는 "어떻게 잊을수 있겠어"라고 했다.

나한테 있어 켈비잡는소녀가 특별한 존재였던 것처럼

그녀한테 있어서도 나는 붉보에서 유일한 친구였다고 한다.

 

켈비잡는소녀가 접은 동안에 있었던 일을 신이나서 떠들었다. 그동안 키운 고랩 캐릭터들을 하나씩 보여주고 창고에 보관된 값비싼 장비들도 보여줬다. 그중에는 켈비잡는소녀가 가지고 싶어할만한 장비도 있었고 그녀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주고 싶었지만 그녀는 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녀는 내 이야기를 다 듣더니 정말 몰라보게 성장했다며 칭찬해주었다.

 

 

사냥하면서 눈여겨 본 아름다운 맵들을 그녀와 함께 둘러보았다. 위험한 순간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내가 켈비잡는소녀를 지켜주었고

그녀는 이제는 완전히 반대라며 재밌어했다.

 

그녀가 다시 붉은 보석에 빠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기울였지만 모두 허사였다.

 

1주일쯤 지나고 나서. 그녀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입을 열었다.

이제 더는 게임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고 했다.

현실 상황이 너무 힘들어서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했다.

나한테 항상 밝은 이야기만 하던 사람한테서 뜻밖의 우울한 이야기를 듣게 되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무슨 일이 생긴거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봤지만 너는 어려서 모른다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내 덕분에 옛 추억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자기는 비록 더 이상 게임을 못하게 됐지만 어렸을 적에 게임하면서 보낸 추억은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꼭 만났으면 좋겠다며 그때까지 무슨 일을 하든 열심히 살라고 했다.

 

그렇고 켈비잡는소녀는 마지막 접속을 종료했다.

 

혹시라도 그녀가 돌아올까 싶어서 그 이후로 3년동안 틈틈이 붉은 보석에 접속해서

사람들한테 켈비잡는소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냐고 묻곤 했지만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소환사 & 조련사의 스킬 트리

 

붉보를 하면서 가장 오랜 기간 정성스럽게 키운 캐릭은 단연 조련사(소환사)다.

조련사를 하게 된 계기는 초보자 시절에 만난 <켈비잡는소녀>의 영향이다.

모든 직업을 다 키워봤고 그중에는 조련사보다 재미난 직업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접을때까지 조련사를 플레이했다.

 

소환사가 1랩때 배우는 <켈비 소환>이 사진에 보인다.

 

켈비는 붉은색의 개처럼 생긴 소환물로 근접 물리 공격과 화염 공격을 한다.

라이딩 독을 배우면 켈비를 타고 다닐수 있다.

 

추억의 장소 : 알파스 지하 감옥

 

지하 1층 ~ 3층으로 구성된 던전으로 레벨 50부터 100레벨 중반까지 육성할 수 있는 사냥터다.

1층과 2층은 소규모 파티나 솔플을 하는 사람이 많고

3층은 대규모 파티 사냥이 주를 이룬다.

 

지하 감옥에 출현하는 몬스터들은 모두 언데드형이다.

 

..3층 안쪽 구역에 들어가보려다가 함정에 걸려서 죽었다.

붉보에서는 보물상자나 문에 함정이 걸려 있는데 이걸 해제하려면 도둑 클래스를 데려오거나 열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추억의 던전을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유료 아이템이 없어서 이쯤에서 그만두기로 했다.

..본캐 계정을 찾으면 여기저기 다니겠지만 동생 부계정 레벨이 69밖에 안되서 돌아다닐 수 있는 지역이 제한적이라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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